안녕하세요.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우리 민법은 '법인'을 '자연인'과 구별되는 별도의 권리의무 주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은 회사의 종류를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 5가지로 정하고 이러한 회사를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회사형태 중 가장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식회사'인데요. 그 이유는 무엇보다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회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주들이 자신이 출자한 부분에 한하여 그 책임을 지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에 따른 위험을 한정ㆍ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들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주식회사' 라는 제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식회사'라는 유용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요. 즉 회사의 채무와 대표이사의 채무가 법적으로 분리된다는 점 및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가 유한책임을 진다는 점을 악용하여 '회사'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이사의 1인회사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의 경우에도 대부분 '주식회사'라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어, 이러한 불합리한 점이 더욱 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회사 외에 그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우리법상 다음과 같은 2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1. 법인격 부인론
법인격부인론이란 위와 같이 주식회사제도의 악용에서 생기는 폐단을 교정하고자 법인의 법인격 자체를 박탈하지는 아니하되 법인격이 남용된 특정한 사안에 한하여 그 회사의 법인격을 제한하고자 하는 이론으로서 영미법계에서 발전되어왔으며, 현재 우리 대법원도 이러한 법인격부인론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 참고판례 - 대법원 2010. 2. 25.선고 2008다82490 판결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 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제도를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 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법인격이 부인되게 되면 그 회사는 물론이고 그 배후자인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회사에 대하여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대표이사 등에게 까지 그 판결의 효력이 확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고자 한다면 그 대표이사를 상대로 별도의 판결(집행권원)을 얻어야만 합니다.
▶︎ 참고판례 -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갑 회사와 을 회사가 기업의 형태ㆍ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을 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서 갑 회사가 을 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을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의 공권적인 확정 및 신속ㆍ확실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절차의 명확ㆍ안정을 중시하는 소송절차 및 강제집행절차에 잇어서는 그 절차의 성격상 을 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범위를 갑 회사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법인격부인론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며, 이를 너무 쉽게 인정할 경우에는 오히려 법인제도가 형해화되고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우려까지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점을 감안하여 법인격부인론을 매우 엄격히 운용하고 있어, 실제 법인격이 부인되는 예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2. 상법 제401조에 의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위에서 살펴본 '법인격 부인론'은 기존 제도 자체를 허물어서라도 그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어떻게 보면 극약처방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와 달리 '법인제도'자체를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그 제도 안에서 법인격부인론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상법 제401조입니다. 이는 특히 주주가 동시에 이사인 소규모 주식회사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참고법령
상법 제401조(제3자에 대한 책임) ①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제399조 제2항, 제3항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 ① 생략
②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에 해당하는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 이사가 주식청약서ㆍ사채청약서ㆍ재무제표 등에 허위로 기재를 하거나 허위의 등기나 공고를 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 이사가 회사의 자산ㆍ경영상태 등에 비추어 만기에 지급가능성이 없는 어음을 발행한 경우
- 대표이사가 회사의 경영을 지나치게 방만하게 경영한 결과 회사의 채무를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로서의 업무 일체를 다른 이사 등에게 위임하고,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전혀 집행하지 아니한 경우(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1880)
그러나 이사가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만으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태도라는 점을 유념해두실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판례 - 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
"이사가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 행위라 함은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 위반의 행위로서 위법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단순히 그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실만으로는 이를 임무를 해태한 위법한 경우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단순히 계약상대방인 주식회사가 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상법 제401조로도 대표이사에게 그 책임을 묻기는 상당히 어려워지는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회사 외에도 그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제도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사실 위와 같은 2가지 제도들의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 법인외에 그 배후에 있는 사람 및 그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므로 그 운용의 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향후 발생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 2가지 제도를 활용하는 것에서 한발짝 나아가 소규모 회사와 같이 그 회사 자체의 재산이 많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계약 체결시 그 의무이행과 관련하여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받아놓는 등의 법적장치를 미리 마련해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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