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여러분 '신탁'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투자신탁'부터 시작해서 '명의신탁'까지 신탁이라는 말은 참 많이 쓰이는데요.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신탁(信託)'이란 "믿고서 대신 맡아달라고 부탁한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신탁행위'란 "신탁자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를 수탁자 자신이 아닌, 신탁자 또는 제3자를 위하여 행사하도록 법률관계를 설정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김형배, 민법강의 제7판 p.67)
이러한 신탁행위는 크게 ① 민법상 신탁행위와 ② 신탁법상 신탁행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① 민법상 신탁행위는 대내ㆍ외관계를 분리하여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외부적(제3자와의 관계에서는)으로는 수탁자에게 이전되지만, 내부적(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서는)으로는 여전히 신탁자가 보유하게 되는 이중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지만, ② 신탁법상 신탁행위는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대ㆍ내외 불문 수탁자에게 이전된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민법상 신탁행위의 예로는 명의신탁(적법한 경우), 동산 양도담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한편 신탁법상의 신탁행위는 담보권설정의 한 방법으로써 채무자가 부동산투자신탁회사에 부동산을 신탁하고, 우선수익자로 채권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요.
1. 그렇다면 위와 같은 신탁법상의 신탁행위를 한 경우, 과세관청은 신탁자(위탁자, 이하 '위탁자'라고 합니다)에 대한 조세채권을 근거로 체납처분으로써 신탁재산에 대한 압류를 할 수 있을 까요?
원칙적으로과세관청은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을 근거로 체납처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즉, 우리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이하 "강제처분 등이라 한다)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우리 대법원은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에 신탁을 원인으로 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甲 회사가 위 부동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재산세를체납하자 지방자치단체가 위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재산세와 가산금을 당해세로 교부청구하여 우선배당받은 사안』에서,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는 수탁자 소유의 신탁재산을 압류하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67593 판결).
▶︎ 참고판례 -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당사자 사이에 신탁법에 의한 신탁관계가 설정되면 단순한 명의신탁과는 달리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신탁 후에도 여전히 위탁자의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 수탁자 명의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압류할 수 없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압류처분을 한 경우 그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당연무효'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 참고판례 - 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 "체납처분으로서 압류의 요건을 규정한 국세징수법 제24조 각 항의 규정을 보면 어느 경우에나 압류의 대상을 납세자의 재산에 국한하고 있으므로, 납세자가 아닌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은 그 처분의 내용이 법률상 실현될 수 없는 것이어서 당연무효이다"
3. 한편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는 '신탁 전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신탁전에 발생한 조세채권을 근거로 신탁재산을 압류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신탁법상의 신탁이 이루어지기 전에 압류를 하지 아니한 이상 그 조세채권이 '신탁 전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 참고판례 -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 "국세기본법 제35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국세의 우선권은 납세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경매, 체납처분 등의 강제환가절차에서 국세를 다른 공과금 기타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하는 효력을 의미할 뿐이고, 그 이상으로 납세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을 위한 일반의 선취특권이나 특별담보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세의 우선권을 근거로 이미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재산권을 압류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는 당해 재산에 대하여 부과된 국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한편 신탁법 제21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만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허용하고 있는바, 신탁대상재산이 신탁자에게 상속됨으로써 부과된 국세라 하더라도 신탁법상의 신탁이 이루어지기 전에 압류를 하지 아니한 이상, 그 조세채권이 위 신탁법 제21조 제1항 소정의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4.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신탁자가 국세징수를 피하기 위해 위 제도를 악용하는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신탁자가 국세징수를 피하기 위해 위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등의 사유는 그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여 신탁법 제8조 또는 국세징수법 제30조 등의 사해행위취소 등의 제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런 이유만으로 신탁법을 달리 해석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인바, 당해 재산에 대하여 부과된 국세의 우선권만을 내세워 신탁 이후에도 압류할 수 있다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결국 신탁법상 신탁행위의 경우에는 대ㆍ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므로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압류처분을 할 수 없고, 압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연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재산을 이미 신탁하였음에도 과세관청이 신탁행위 이후 자신에 대한 조세채권을 근거로 신탁재산에 관하여 체납압류처분을 한 경우에는 그 압류처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다투어 볼 수 있으므로 이 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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