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법의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 혹시 아침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나라 아침드라마의 전형적인 레퍼토리 중의 하나가 바로 "사실 난 니 엄마가 아니란다"라는 식의 막장스토리인데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꼭 아침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법도 그 시스템 자체가 우리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법의 체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그것은 바로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입니다. 영미법계는 원칙적으로 불문법, 즉 글로 쓰여진 법전이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관하여 법원이 내린 판례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이와 같은 판례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형태로 시스템이 운용됩니다.
반면에 대륙법계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성문법 중심의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대륙법계는 판례보다는 성문법률의 해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영미법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국와 미국의 법의 체계이고, 대륙법계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대륙국가들의 법체계입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세계화 추세에 따라 이러한 양 법계도 서로 융합하는 경향이 강하고, 요즘에는 영미법 쪽에서도 성문법들이 많이 제정되고 있으며, 대륙법 쪽에서도 판례의 사실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는 등 그 구별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대 법계 중 우리나라는 대륙법계, 특히 민법의 경우에는 독일법을 계수(법의 체계를 수입하는 것을 '계수'라고 합니다)하였습니다.이러한 법의 계수는 암울하고 불행했던 일제시대때 일본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일본법과 우리법, 특히 민법은 상당히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일제시대에 일본이 실시한 '토지조사'도 우리는 학교에서 이를 단순히 세금을 걷기 위한 것이라거나 토지를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배우지만, 법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당시 일본이 자신들의 민법을 우리나라에 의용하면서(이를 '의용민법'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의용민법상의 소유권제도와 관련하여 토지의 소유관계를 '토지대장'과 '등기'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당시 의용민법의 경우에는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매계약만으로 충분하지만,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등기'를 요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이러한 의용민법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그 전제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의 정리 및 등기제도의 구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 아닌 일본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은 모두들 알고 계시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현재 우리 민법의 경우에는 단순히 매매계약만으로는 소유권의 변동이 일어나지 않고, 그에 관한 '등기'까지 마쳐야 비로소 소유권변동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합니다(민법 제186조)

한편 우리나라의 법정에서 재판과정을 직접 방청해보신 분들 중에는 그 모습이 미국법정영화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달라 놀랐다라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요. 이러한 것도 사실 미국과 우리의 법체계가 다른데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영미법계는 기본적으로 성문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판례법이 지배하는 법체계이기 때문에 그러한 성문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판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법정에서의 공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반면, 우리 법과 같은 대륙법계는 성문법률이 존재하고 이러한 성문법률을 해석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법정에서 말로 무엇인가를 장황하게 떠드는 것보다 서류에 '성문법률에 관한 해석 및 그 적용에 관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적어서 제출한 다음 이를 소송자료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 상당부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성문법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법과 같은 대륙법계는 삼단논법에 있어서 대전제로 기능하는 성문법률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누구나 그 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법적 안정성을 구현하는 매우 우수한 법체계라고 할 것이고, 한편 성문법보다는 개별사례마다 판례법을 형성해온 영미법계는 구체적 타당성 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탁월한 법체계라고 할 수 있어, 무엇이 더 우수하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 법계 모두 그 나름의 훌륭한 가치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오늘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법의 출생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편하게 풀어놓아 보았는데요. 이제는 사우디와 같은 중동국가들이나 가까운 중국에서 서로 우리의 법체계를 수입(계수)해 갈 정도로 우리 법체계의 우수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으므로, 비록 그 태생이 우리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우리 법 체계의 우수성에 대하여 큰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하여 여러분들의 우리 법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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