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일본어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특히 '상실의 시대{원제 : ノルウェイの森(노루웨이노모리)}를 일본어 원문으로 제대로 감상해 보고 싶다는 데 있는 것이지만, 부수적으로는 나의 한자 공부 범위를 기존 우리나라 교육부 선정 1800자 수준에서 일본 상용한자수인 2136자 수준까지 조금 더 확대해보고자 하는 데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더욱이 일본어는 한글과 달리 공식적으로 한자를 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 공부를 할 때마다 한자를 직접 써볼 기회가 많다는 점은 그런 부수적인 목적에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간단한 일본어도 사전에서 그에 사용되는 한자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를 느끼게 되어 그중 몇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다만, 이글은 충분한 학문적인 검증을 거친 글이 아니라 단지 필자의 주관적인 추측을 바탕으로 쓴 글에 불과하므로 의도하지 않은 잘못된 내용이 존재할 수 있다. 단순히 재미삼아 가볍게 읽어봐 주시길 바란다.

1. ありがとう(아리가토우) 또는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
"ありがとう(아리가토우)" 또는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는 우리말로 "감사하다"라는 의미다.
”ありがとう(아리가토우)”를 한자를 섞어 쓰면 ”有り難う(아리가토우)”가 된다.
한자 有(있을 유)와 難(어려울 난)이 쓰이고 있으므로, 이를 거칠게 직역해보면 "있기 어렵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있기 어려운 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흔하지 않은 일은 감사한 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본어 ”ありがとう(아리가토우)”는 "있기 어렵다"라는 기본의미에서 "감사하다"라는 현재의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개인적으로 추측해보게 되었다.
한편, 통상 ”ありがとう(아리가토우)”에 따라붙는 "ございます(고자이마스)”는 한자를 섞어 쓰면 "御座います(고자이마스)”가 된다.
여기에는 한자 御(모실 어)와 座(자리 좌)가 쓰이고 있으므로, 이를 거칠게 직역해보면 "자리에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일본어에서 한자 御(모실 어, 일본어 발음으로는 “고” 또는 “오”로 읽힌다)는 천자에 관한 일에 대한 높임말 또는 존중해야할 사물 등에 붙이는 공손한 말로 쓰이는데{예 : 御飯(ごはん, 고항)은 밥을 의미하는데 飯(밥 반)자 앞에 御(모실 어)를 붙여 공손한 느낌을 주게 된다}, 이는 옛날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임금과 관련된 단어에 한자 御를 붙였던 것(예 : 임금의 명령을 어명(御命)이라고 함)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는 기본적으로 "있기 어려운 일이 (자리에) 있었습니다"가 될 수 있으므로,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2. ”ください(쿠다사이)“와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
“ください(쿠다사이)”는 우리말로 “주십시오“라는 뜻이고,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는 우리말로 "부탁합니다"라는 뜻이다. 일본 여행을 가면 현지 식당에서 자주 쓰게 되는 말들이다.
“ください(쿠다사이)”를 한자를 섞어 쓰면 ”下さい(쿠다사이)"가 되는데, 한자 下(아래 하)가 쓰이고 있으므로, 직역해보면 “내려주십시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달라고 할 때 단순히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내려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쓴다면, 당신은 상대방이 매우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ください(쿠다사이)”라는 표현은 생각 이상으로 공손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편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는 한자를 섞어 쓰면 ”御願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가 되는데, 여기에는 한자 御(모실 어)와 願(원할 원)이 쓰이고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한자 御(모실 어)는 존중해야할 사물 등에 붙이는 공손한 말이므로, 결국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ください(쿠다사이)”와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는 모두 상대방에게 뭔가를 요청해야하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말들이다.
하지만, ”ください(쿠다사이)“는 만질 수 있는 것(tangible stuff)에 대해서만 쓸 수 있는 반면에,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는 만질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서비스(service)나 행동(actions)과 같이 만질 수 없는 것에도 쓰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혹시 이런 차이는 “ください(쿠다사이)”가 한자 下(아래 하)를 쓰고 있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무언가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주는 행위는 아무래도 만질 수 있는 물건을 그 대상으로 할 때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뭔가를 원하는 행위의 대상에 있어서는 만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야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

3. "すみません(스미마셍)"
"すみません(스미마셍)"은 우리말로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의미다.
"すみません(스미마셍)"을 한자를 섞어 쓰면 ”済みません(스미마셍)"이 된다.
여기에는 한자 済(한국한자 濟, 건널 제)가 쓰이고 있는데, "구제하다"라는 뜻도 있다[예 : 구제불능(救濟不能)]. 한편 뒷부분에 붙은 일본어 "ません(마셍)"은 "~않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すみません(스미마셍)"은 "구제가 안 됩니다", "구제가 안 되는 일입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한 후 "구제가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될 것이고, 내가 만약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미리 "구제가 안 되는 일입니다(만)"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전에 실례를 구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すみません(스미마셍)"은 "실례합니다" 또는 "죄송합니다"라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4. だいじょうぶ(다이죠우부)
"だいじょうぶ(다이죠우부)"는 우리말로 "괜찮다"라는 의미다.
"だいじょうぶ(다이죠우부)"를 한자를 섞어 쓰면 "大丈夫(다이죠우부)”가 된다.
여기에는 한자 大(클 대), 丈(어른 장)와 夫(사내 부)가 쓰이고 있고, 이를 한국한자 읽는 방식으로 연결해 읽으면 우리말 "대장부"가 됨을 알 수 있다. 뜻도 처음에는 우리말 대장부와 동일하지 않았을까.

대장부는 웬만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어떠한 상황에서든 괜찮다.
누군가가 나를 걱정할 때 내가 "저는 대장부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저는 괜찮습니다"라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가 나를 걱정하면서 나에게 "당신은 대장부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당신은 대장부이어서 현재 상황이 괜찮습니까“라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だいじょうぶ(다이죠우부)"는 “대장부”라는 기본의미에서 "괜찮다"라는 의미로 확장된 것이 아닌지 개인적으로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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