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롭고 소소한 이야기

한글 띄어쓰기 공부! 돌고 돌아 다시 국어사전과 친해지기[한글 띄어쓰기 원리]

김동현 변호사 2025. 6. 1. 21:08

학창시절 이후에는 국어 공부를 별도로 하지 않은 한국인으로서 그동안 글쓰기에 있어서 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부끄럽게도 주로 감에 의존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언젠가 한글 띄어쓰기의 원리를 확실히 공부해야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유홍준 교수님의 숏츠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한글도 원래는 띄어쓰기가 없었는데 독립신문 창간 당시 영문판 편집을 맡았던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가 주시경 선생과 서재필 선생에게 한글도 영어처럼 띄어쓰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 시작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띄어쓰기는 한글이 현대어로서 지금과 같이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반면에 중국어는 띄어쓰기가 없어서 해석에 관한 다툼이 많고, 일본어의 경우에는 띄어쓰기 대신 한자와 콤마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띄어쓰기는 한글에 있어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여 왔는데, 생각해보니 역사교과서에서 보았던 훈민정음 언해본에 쓰여진 한글은 띄어쓰기 없이 모두 붙여 쓰여 있던 것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이렇게 한글 띄어쓰기가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년 전쯤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필요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한글 띄어쓰기의 원리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짬을 내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한글 맞춤법”을 다운로드 받아 그중 띄어쓰기 부분만 공부해보려고 했으나, 해당 내용은 조문형식으로 되어 있어 한글 띄어쓰기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를 바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안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띄어쓰기 관련 서적들 중에서 괜찮은 책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는데, 인터넷 교보서점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분량이 적은 책을 중심으로 찾아보니, “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지은이 : 정희창,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라는 e-book이 눈에 띄어 이를 구입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띄어쓰기의 핵심 원리로서 "자립적인 말들(단독으로 소리를 내서 쓰는 말)은 띄어 쓰고, 그렇지 못한 말들은 붙여 쓴다"라는 원리를 제시했다. 원래 '한글 맞춤법'에 명시된 원리는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것이지만, 그 기준으로 제시한 단어의 개념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단어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해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저자는 단어가 아닌 자립성에 따라 띄어쓰기를 설명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였다.


위와 같은 띄어쓰기의 핵심 원리를 알게 되면서 드디어 띄어쓰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나 싶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언어 생활에 따라 계속 변해가는 언어의 특성상 띄어쓰기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띄어쓰기의 원칙에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예외가 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띄어쓰기 원리만 가지고 띄어쓰기 여부를 정확하기 판단하기는 어렵고, 가장 정확한 방법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띄어쓰기 원리만 정확히 알게 되면 글을 쓰면서 바로 바로 띄어쓰기가 맞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못 기대했었는데, 결국 돌고 돌아 원래 있던 자리, 즉 띄어쓰기가 맞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아야만 한다는 결론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되자 다소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다만, 띄어쓰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난 이후 그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것은 비록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 자체는 동일할지 몰라도 그와 같이 띄어쓰기를 해야하는 이유를 띄어쓰기 원리에 입각하여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경우에는 이를 유추하여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띄어쓰기는 헷갈릴 때면 그전과 마찬가지로 그때 그때 국어사전을 찾아보며 정확한 용례를 익혀 나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지만, 띄어쓰기가 우리 한글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글 이용자로서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묵묵히 포털사이트의 국어사전 검색창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