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취한 돈으로 채권자에게 변제했다면, 피해자는 그 채권자에게 그 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우리 민법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화나 노무로부터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통상 이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제도'는 재산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 정당하게 귀속되어야 할 사람에게 귀속되지 않는 경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위와 같이 이익을 취한 사람에게 그 이익이 정당하게 귀속되었느냐 여부는 결국 '법률상 원인'에 근거하여 그이익을 얻었느냐 여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甲이 丙에게 10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甲이 乙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1,000만원을 편취하여 그 돈으로 丙에 대한 채무 1,000만원을 변제한 경우, 피해자乙은 丙에게 부당이득으로써 위 1,000만원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丙이 甲의 채권자로서 甲으로부터 1,000만원을 변제받아 그 돈을 소유하는 것은 그 채권에 기한 것으로서 일응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돈의 출처가 범죄행위로 인한 점을 감안하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데 그 핵심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편취한 금원을 '그대로' 변제받은 채권자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을 인정하고 있으며, 횡령한 금원을 그대로 변제받은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 관련 판례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판결 :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범죄행위로 인한 돈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된 경우나 그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더라도 향후 그 피해자로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당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사전에 주의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금으로 변제를 받은 채권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여 그 피해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