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 받았을 때 꼭 알아야 할 법적 쟁점
안녕하세요.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요즘 들어 제게 심심치 않게 문의가 들어오는 상담 내용 중 하나는 바로 ‘폰트 프로그램 사용과 관련된 저작권 침해 주장’에 관한 것인데요.
주로 폰트 파일의 저작권자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법무법인들이, 특정 폰트가 사용된 웹사이트, 홍보물, 각종 콘텐츠의 명의자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관한 상담 건들로서, 이러한 내용증명에는 해당 폰트 프로그램을 직접 보유하거나 정당하게 구매한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로 형사 고소를 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고액의 폰트 프로그램의 구매를 유도하거나 합의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실제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내용증명을 받은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작권법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부족한 탓에 자신이 실제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인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과도한 불안에 휩싸이거나 성급히 상대방의 요구 조건에 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폰트와 관련된 저작권 침해 문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보겠습니다. 즉, ‘폰트 자체(서체나 글자체 도안)’와 ‘폰트 프로그램(폰트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로 구분하여 살펴봅니다.
1. 폰트 자체(서체나 글자체 도안)의 저작물성 여부
우선, 우리 대법원은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인쇄용 서체도안, 즉 ‘폰트 자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서예작품 등과 같이 실용적 기능과는 별도로 독립된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갖춘 창작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만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폰트(서체, 글자체 도안)의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별도로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인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종래의 문화 유산으로서 만인공유의 대상이 되고 의사, 사상, 감정 등의 전달, 표현 등의 기본적인 수단인 글자 내지 문자의 사용에 관하여 지나친 제약을 가하는 결과가 될 것이 명백하고, 결과적으로 서체도안의 창작자에게 일종의 문자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누5632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4. 4. 6. 선고 93구25075 판결 참조).
▶︎ 참고 판례 -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누5632 판결
원고들이 등록관청인 피고에게 저작물등록신청을 하면서 제출한 등록신청서 및 '산돌체모음', '안상수체모음', '윤체B', '공한체 및 한체모음' 등 이 사건 서체도안들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들이 우리 저작권법상의 응용미술 작품으로서의 미술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저작물등록을 신청한 이 사건 서체도안들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야 할 문자인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한다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한바, 위와 같은 인쇄용 서체도안에 대하여는 일부 외국의 입법례에서 특별입법을 통하거나 저작권법에 명문의 규정을 둠으로써 법률상의 보호 대상임을 명시하는 한편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도 일반 저작물보다는 제한된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우리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이 사건 서체도안과 같이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미술 작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해석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상으로는 이 사건 서체도안은 신청서 및 제출된 물품 자체에 의한 심사만으로도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는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2. '폰트 프로그램(폰트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보호
반면, 컴퓨터에서 폰트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인 ‘폰트 프로그램’은 일반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저에게 상담을 의뢰한 분들이 받은 내용증명의 대부분은 폰트 자체가 아닌, 이 폰트 프로그램의 무단 사용 여부를 문제 삼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홍보물 등에서 사용된 폰트가 자신들의 폰트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폰트 자체는 저작물성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생성된 폰트 자체가 동일하다는 것만으로는 해당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폰트 프로그램'으로 해당 폰트를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약 그렇다면 사용하지 않은 '폰트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문제될 여지가 없으므로, 내용증명에서 주장하는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둘째, 내용증명에서 주장하는 '폰트 프로그램'을 아무런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설치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상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지만, 이와는 달리 무료 사용이 허용된 폰트 프로그램을 단순히 그 약관에서 정한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경우(예컨대 ‘비상업적 이용에 한함’이라는 조건이 있었음에도 상업적으로 사용한 경우 등)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닌 약관 위반에 해당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만 발생할 뿐, 형사처벌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 1024, 1031, 1048 판결).
▶ 참고 판례 -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 1024, 1031, 1048 판결
복제를 허락받은 사용자가 저작재산권자와 계약으로 정한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이나 조건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사용자가 계약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재산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적 구분이 내용증명에 명확히 설명되지 않거나, 수신인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저작권 침해’라는 단어에만 반응해 과도한 합의를 하는 경우가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폰트 사용과 관련하여 내용증명을 받으셨을 경우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책임 유무 및 그 범위를 충분히 검토하여 보신 후 대응하신다면, 불필요한 분쟁이나 과도한 비용 지출 없이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오니, 이 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