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으로 하는 수영, 오감(五感)으로 사는 삶
수영 실력을 개선하는데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아마도 수영을 하는 나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수영을 할 수는 없다는데 있을 것이다.
스트림라인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풀 동작에서 팔꿈치가 지나치게 뒤로 빠지지 않는지, 다리가 심하게 가라앉지 않는지, 측면 호흡시 머리를 지나치게 들지 않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수영을 할 수는 없다.
정기적으로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여 잘못된 점을 개선해나가면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영장에서 카메라 촬영은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더욱이 사람들에게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동이므로 그렇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오로지 나의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크고 작은 감각의 조각들을 모아 그것을 토대로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상상해가며 물살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발차기를 할 때 들려오는 첨벙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측면 호흡 후 시선을 신속히 수영장 바닥으로 향하며 스트림라인의 변화를 살핀다. 풀 동작시 손에 물이 걸리는 느낌을 찾는다. 발차기에서 발생한 힘이 내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몸이 물 속을 부드럽게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에 도달할 때면 남모를 만족감을 느낀다.
이렇게 감각에 집중하며 수영을 하다보면, 어느새 그러한 감각을 즐기는 것 자체가 수영의 즐거움이 되고 만다. 그리고 어제의 감각과 오늘의 감각을 비교하면서 오늘의 감각이 더 좋았다면 나의 수영이 좀 더 향상되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한다(실상은 다를 수 있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이렇게 수영을 계속 하다보면, 우리의 삶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어쩌면 나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를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도 삶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데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행동, 나의 표정, 나의 제스처 등을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행할 수 없으니, 부적절한 행동을 개선하지 못한채 나도 모르게 이를 반복하며 오늘도 좌충우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동영상에 담아 이를 분석한다면 분명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나의 모든 생활을 동영상에 담아 이를 일일이 모니터링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삶 또한 나의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크고 작은 감각의 조각들을 모아 그것을 토대로 나의 모습을 상상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인다. 나의 행동을 그려본다. 나의 마음의 변화에 집중한다. 함께 있는 타인의 마음을 살핀다. 서로 공감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나의 행동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의 삶을 잘 밀어내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삶의 문제들을 원만하게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에 도달할 때면 적잖은 안도감을 느낀다.
이렇게 감각에 집중하며 삶을 살다보면, 어느새 그러한 감각들을 즐기는 것 자체가 삶의 즐거움이 된다. 그리고 어제의 감각과 오늘의 감각을 비교하면서 오늘의 감각이 더 좋았다면 나의 삶이 좀 더 향상되고 있다고 그렇게 미루어 짐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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