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노동

항운노동조합 이야기 #2 - 항운노동조합과 조합원, 그리고 하역업체간의 법률관계

김동현 변호사 2012. 7. 7. 16:58

안녕하세요.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항운노동조합이야기 #1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 두 번째이야기입니다.

 

지난 글(항운노동조합이야기 #1)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항운노동조합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노동조합인 기업별 노동조합과는 사뭇 다른데요. 그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항운노동조합과 조합원, 그리고 개별 하역업체 간에 여러 가지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와 같은 항운노동조합과 조합원, 그리고 개별 하역업체간의 법률관계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개별 하역업체의 근로자'인지 여부

 

  지난 글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항운노동조합의 노동조합으로의 성격 뿐만 아니라 ‘근로자공급사업자’로서의 성격도 가지며, 항운노동조합은 개별 하역업체들과 노무공급계약을 맺고 이에 따라 개별 하역업체의 요청에 따라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하역작업을 완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실제 하역작업을 하는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개별 하역업체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인지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만약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개별 하역업체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조합원이 받는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38조에 의하여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저당권 또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 외에는 조세, 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게 되고, 더욱이 조합원들의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저당권 또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재, 고용보험 등도 당연히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개별 하역업체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대법원은 전북항운노동조합 김제분회 사건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근로계약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함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하며 이는 민법상의 노무도급계약과는 달리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부종적으로 체결된 근로조건하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명령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전북항운노동조합 김제분회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철도나 항만의 하역노무 작업을 함에 있어서 특정회사에만 종속되지 아니한 채 노무제공에 따른 작업비만 받아 왔고 다른 회사들과도 동일 내지는 유사한 하역계약을 맺고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노무를 필요에 따라 계속적으로 공급하여 왔을 뿐 위 근로자들과 위 회사와의 사이에 사용 종속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거나 부종적으로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따로 마련했다거나 위 회사에게 독자적이고 구체적인지휘감독권을주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면 결국 위 분회소속의 근로자와 위 회사사이의하역계약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하역작업비가 ‘노임’임을 전제로 하여 우선 변제권이 있다는 주장을 배척한 바 있는 것입니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다카1949 판결).

 

  다만 위 판결의 판시내용에 비추어보면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임이 부정되는 이유는 단순히 노무제공에 따른 작업비를 받았을 뿐 ① 근로자인 조합원들과 개별 하역업체와의 사이에 사용 종속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된 바 없고, ② 부종적으로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따로 마련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개별 하역업체에게 근로자인 조합원들에 대한 독자적이고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주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것 때문이므로, 향후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 '항운노동조합의 근로자'인지 여부

 

  그럼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처럼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개별 하역업체의 근로자가 아니라면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과연 누구의 근로자일까요?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는 조합의 지시·감독 아래 하역업체의 작업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소속 조합원들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위 조합의 근로자로 볼 수 있을 뿐 하역업체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8두2927 판결). 이는 지난 글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항운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이라는 성격 외에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의 이유로 "항운노동조합은 근로자공급사업자로서 조합의 지시․감독 아래 항운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하역업체의 작업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하여 각 하역업체가 조합원들의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를 항운노동조합에게 일괄 지급하면, 조합은 그 돈에서 일정 비율의 조합비 등을 공제한 다음 나머지를 조합원들에게 나누어 지급하며, 나아가 조합원들의 채용, 보직이동, 승진, 해고 등에 관한 인사권도 통상 조합에게 전속되어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8두2927 판결).

 

 

3.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에 퇴지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

 

  이처럼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개별 하역업체가 아닌 항운노동조합의 근로자라면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에 퇴지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언뜻 보면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즉,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지급의무를 지는 사용자라 함은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지는 자를 말하는 것이고, 그러한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근로기준법 기타 다른 법률 등에 의하여 사업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상의 퇴지금지급의무까지 진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도급제 일용직 근로, 근로자공급사업의 영위, 이른바 클로즈드 샵(closed shop) 제도의 운영, 임금 수령관계, 항만근로자에 대한 항만하역협회의 퇴직금 지급제도 도입 취지와 그 실제 운영현황 등을 종합하여, 항운노동조합이 소속 조합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지급의무를 지는 사용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따라서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의 근로자이기는 하지만 조합은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지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퇴지금지급의무를 지는 사업자로 볼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항운노동조합은 일반 노동조합과는 다른 특수성으로 인하여 항운노동조합과 그 조합원, 그리고 개별 하역업체간의 법률관계도 일반적인 조합과 조합원, 그리고 사용자인 회사간의 법률관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탓에 항운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조합원들은 규정상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의 적용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이에 대하여 항운노동조합은 항만물류협회 등을 의제사용자로 하여 하역요율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료를 반영하여 적용하고 있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고용보험의 경우에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논의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